[축구] 서울 : 제주 경기를 보고 나서

주의! 맥주 마시면서 설렁설렁 경기를 관전했기 때문에 기억이 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점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더해서 선수 등번호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엉뚱한 선수를 지목할 수도 있습니다.)  

- 서울 위주로 감상을 늘어놓겠습니다.

어제 저는 서울과 제주의 축구 시합을 보고 왔습니다. 네. 쌍패륜의 경기군요. 수원이나 인천, 부산 경기도 보고 싶은데 어째 하필이면 제주가 걸린답니까..ㅜㅜ

감상은 아디가 눈에 띄고 데얀이 좀 나아진 편이지만 귀네슈가 과연 올해도 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정도입니다.

이전부터 서울의 포백은 언제나 제 몫을 한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이 날은 김진규와 아디가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그래도 김진규가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데 비해, 아디는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두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면서 서울의 왼쪽 공격이 수월하게 풀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문제는 박주영. 공격수인데도 불구하고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박주영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어색한 플레이를 펼치더군요. 물론 그의 센스는 여전했지만 박주영 본연의 플레이가 살아나려면 역시 투톱 중 한 쪽을 맡아야 하거든요. 귀네슈 감독은 공격수 자리가 넘치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박주영을 왼쪽으로 돌린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이겼어도 박주영이라는 선수는 전혀 살아나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이제 부상 선수들도 복귀했건만 왜 데얀까지 데려오는 건데...

오른쪽은 오른쪽 대로 답답했습니다. 이청용은 이전에 본 포스가 많이 약해진 모습이었고, 이종민(맞나?)은 아디에 비하면 공격 전개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죠. 그래도 둘 다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는지 그럭저럭 원활하게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무삼파와 이민성. 전 이 날 무삼파를 처음 봤었기 때문에 참 기대가 되더군요. 사실 이 날은 무삼파 보러 갔다고 봐도 됩니다. 한 물 갔다고 해도 어쨌든 이 정도로 명성이 있는 선수가 오는 건 용병 사상 드물 일일 테니까요.

무삼파는 전반에는 이민성보다도 밑으로 내려가 수비에 치중해었고, 전반 10~20분 사이에 조금씩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선수를 막는 능력은 괜찮더군요. 다만 몸 자체가 재빠르진 못하기 때문인지(느리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의 예상 경로를 읽어내 끊기 보다는 드리블을 하는 선수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일단 그의 수비 능력은 합격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서울의 미드필더는 수비 능력만큼은 k리그에서도 톱 수준입니다.(하여튼 서울 수비는 극강.) 애초에 서울에서 무삼파를 부른 것도 중원에서의 공격 전개를 기대했기 때문이겠죠. 

무삼파가 앞으로 나서고 대신에 이민성이 조금 뒤로 빠진 서울의 중원은 썩 괜찮다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흔히 횡적인 패스 보다 종적인 패스를 구사하는 선수를 좋게 평가하죠. 그 점에 있어서 무삼파는 위협적인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좌우로 벌려줄 때 가끔씩 괜찮은 패스를 구사하긴 하더군요. 

데얀과 정조국은 그냥 그랬습니다. 물론 전반 9분 쯤에 골을 넣긴 했지만요. 정조국은 좀 파묻힌 느낌이었고 데얀은 그래도 조금 분위기를 탄 느낌이긴 했지만, 서울의 투톱은 10%는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써보고 보니 서울의 전반이 엉망인 것처럼 말해졌군요. 하지만 전반은 서울의 일방적인 공격 속에서 끝마쳤답니다. 제주는 초반에 골을 먹힌 이후로 안간 힘을 쓰는 듯했지만 별다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냥 아쉬운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정도일까요. 포메이션은 서울처럼 양 날개를 위로 올린 4-2-2-2였는데, 서울이 이청용과 아디(박주영이 아니라..)를 중심으로 역습과 측면 공격에 집중했다면, 제주는 측면 미드필더 둘이 중앙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제주에서 인상적인 선수는 호물루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의 드리블 실력은 관중들의 함성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뛰어났었습니다. 다만 드리블러의 전형적인 문제점이랄까, 시야가 좁더군요. 한 두명을 제친 이후 다른 선수에게 공을 연결하거나 슛으로 마무리를 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제주는 초반에는 중앙에서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차올리는 공격 전개 방식을 보여줬는데(위닝에서 L1+세모죠, 아마?)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두 세 번 보여준 이후에는 끝이더군요. 이 때  공을 받기 위해 뛰어가는 선수는 제주의 오른쪽 공격수였는데(이름이...) 몸싸움과 볼을 지키는 능력은 괜찮았습니다. 다만 위협적인 크로스라든지 돌파를 보여주지 못해서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반이 서울의 일방적인 공세였습니다. 하지만 후반, 양팀은 거침없이 서로를 치고박는 양상을 보여줬습니다.

선수 교체 중 인상적이었던 건 고명진이 정조국을 대신하여 후반0분부터 들어오더군요. 고명진은 미드필더, 때문에 박주영과 자리를 바꿉니다. 이제 서울은 데얀-박주영 투톱에 이청용-고명진이 자리를 잡은 미드필더로 후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에 비해 제주는 선수 교체 없이 시작. 그런데 이거 감독이 라커룸에서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제주 선수들이 후반부터 펄펄 날기 시작하더군요. 호물루는 여전히 드리블의 마무리가 아쉽고 역습이 굼뜨기는 했어도, 이상하게 제주는 전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공격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서울은 몸을 웅크리지 않고 이에 맞섰죠. 그리고 저는 드디어 무삼파가 중앙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앞으로 전진해도 무삼파의 수비 능력은 보기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눈에 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풍문으로만 알고 있는 '골고루 잘하는 선수'라는 평이 맞긴 맞나 보더군요.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관전 당시에는 '오! 저걸 뺐었어?'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센스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후반 초반에는 수비를 잘하면 동료에게 불안한 패스를 하는 제주의 호물루와는 다른 의미에서 아쉬운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더군요. 일단 후반 15분 정도까지 무삼파는 중앙에서 활동하는 이민성 정도의 역할을 보여줬습니다.

서로가 주고 받는 가운데 후반 20분, 제주의 조진수가 골을 터뜨립니다. 이제 1 : 1. 네. 제주의 역습이죠. 

귀네슈 감독은 아무래도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민성을 빼고 김은중을 투입합니다. 그런데 김은중은 포워드죠. 이게 조금 기이한 4-3-3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김은중-데얀-박주영에, 고명진-무삼파-이청용 입니다. 과연 이게 어떤 결과를 나을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다만 이 때 문득 든 생각은 '서울은 키 큰 공격수가 많구나.'라는 정도였습니다. 정조국을 뺴고도 같은 키의 김은중이 있다니(거기에 데얀도 있고.), 뭔 포스트 플레이어가 이리 많은지 원;;

다시 무삼파로 돌아가죠. 이민성이 빠진 후 무삼파는 중원에서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된 셈입니다.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 다운 플레이를 보여줄 사람이 무삼파 뿐이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무삼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이때부터 무삼파가 날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하나를 잘하면 그 다음이 많이 아쉬웠던 무삼파가, 이제는 둘 다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공을 뺐으면 바로 선수에게 연결하고, 쓰리톱이 묶일 때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침입해 슛을 쏘기까지 합니다. 뭐랄까, 물 만난 고기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멋지더군요. 사실 서울이 이민성을 교체할 때부터 제주에 비해 중원이 허약할 수밖에 없을 텐데도, 오히려 무삼파가 제주의 중원에 묻히지 않고 제몫을 해버리고 말았으니 이게 참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뒤를 받쳐주는 이민성도 없었는데 말이죠.

다만 아쉽게도 무삼파의 활약은 골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끝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귀네슈 감독이 초강수를 둡니다. 후반 39분, 이종민을 빼버리고 이승렬을 넣습니다. 이승렬은 공격수. 이제 서울은 공격수 넷, 미드필더 셋, 수비수 셋입니다. 

사실 전 이 때 오히려 제주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호물루라면 역습 한 번으로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귀네슈에게 미소를 짓고 말았습니다. 무려 이승렬이 골을 넣고 만 것입니다. 제주 서포터 측은 조용해지고, 서울에서 축포를 울리는 모습에 얼마나 쓴웃음이 나오던지. 그래도 제주 선수들은 아직 할 수 있다는 모습으로 움직이는 건 좋았습니다. 그런데 여신님이 그 날 기분이 좀 좋지 않았나 봅니다.

이제 45분도 됐겠다, 추가 시간만 남은 상황에서 이승렬의 어시스트, 김은중의 골로 서울은 3 : 1로 달아납니다. 우왕. 또 한 번 축포가 울리고 서울팬은 자지러집니다. 이젠 제주 선수들도 틀렸겠다 싶었는지 제주 골기퍼 조준호 선수는 아예 그라운드 위에 누워버리더군요. 좀 보기 안쓰러웠습니다.

하여튼 경기는 이대로 끝. 솔직히 많이 지루해서 괜히 갔다는 기분도 들었지만(더구나 응원할 팀이 없으니), 그래도 서울에서는 무삼파와 이승렬, 제주에서는 호물루라는 선수를 확인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징크스가 계속되니 이거 좀 무섭군요. 이로써 다시 한 번 저의 상암행은 서울의 무패로 끝났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귀네슈 감독이 앞으로 박주영을 어떻게 기용할 지가 궁금하군요. 미드필더로서의 박주영은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박주영은 뭐니뭐내해도 공격수가 어울리거든요. 서울에 왼쪽 미드필더가 그렇게 없답니까 이거;;

by 찬물녹차 | 2008/04/21 22:37 | 생각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mend.egloos.com/tb/43075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