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프로젝트] 너무 인기가 많아서 곤란할 때도 있습니다.

동방 프로젝트는 이바닥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하나의 아이콘이죠. 기본적으로는 슈팅게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나름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 덕분에 팬픽, 동인지 분야는 물론이고 심지어 3차 창작까지 나올 정도로 동인계에서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코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동방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해도 2차 창작(그리고 그이하)에서 대표적인 장르 네 가지를 뽑아보라면 동인지, 팬픽, 게임, 영상물을 들 수 있을 겁니다.(지금 생각난 걸 적었을 뿐이니 틀릴 수도 있습니다.) 뭐, 어느 것이 더 성황 중이느냐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동인 세계에서 동방은 '원작'보다 '2차 창작물'이 더 범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도록 하죠. 모리치카 린노스케라는 캐릭터를 아시나요? 동방 향림당의 주인공으로 동방 프로젝트 내에서는 사실상 유일하다시피한 '남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캐릭터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환상향 내에서의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데에 있습니다. 원작자인 ZUN씨도 아마 이를 염두에 두고, 그보다는 중점에 두고 소설을 썼을 정도로 그의 독특한 시각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안겨주는 중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동인계에서는 그런 그의 이미지를 보기는 많이 힘든 편입니다. 그보다는 '변태'나 '훈도시'라는 코드로 그를 묘사하는 2차 창작물이 대다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런 창작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방 동인물만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모리치카 린노스케라는 캐릭터는 툭하면 옷을 집어 던지고 훈도시를 나뿌기는 근육 남성 캐릭터로 비춰지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원작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체 말이죠. 그리고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게 됩니다. 딱 그림이 잡히시죠?

망상을 즐기고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어떤 작품을 즐기는 자의 특권입니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맞다'고 주장할 때는 더이상 특권이라 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그들만의 '상식'과 배치되는 공식 설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상식이 맞다고 고집하기까지 한다면, 솔직히 말해 좀 추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공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그건 어디까지나 설정이니까요.), 공통된 전제를 내리기 위해서 공식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는데 그걸 잊는 사람이 제법 있는 편이거든요.

뭐, 동방의 경우는 '일부' 백합팬의 행동 때문에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일도 있긴 합니다만은, 하여튼 동인 설정을 공식 설정으로 착각하고 생때를 부리는 사람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전 그런 사람들이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요.

덧. 뭐라 해도 공식적으로 환상향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커플링은 마리사X린노스케입니다. 대놓고 츤데레 행동을 보여주는 마리사가 떡하니 나오건만 마리사의 백합 떡밥이 다 무엇입니까. 담백한 동방 세계관(원작 제대로 해 본 분들은 다들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에서 이 정도로 커플링 떡밥이 나오는 건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단 말입니다.

덧2. 문제는 린노스케는 마리사를 애로 보고, 마리사는 츤만 보여주고 정작 데레를 보여주지 않으니 원. 물론 소설 주제가 그런 방향을 노리지 않았으니 어차피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지만요. 게다가 린노스케는 게임에 나올 가능성은 전무하니 이래저래 그가 앞으로 등장할 일은 없겠죠. 기껏해야 마리사의 대사 안에서 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덧3. 나노하라면 유노가 린노스케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두 캐릭터 모두 백합빠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경우입니다.

by 찬물녹차 | 2008/06/21 14:54 | 동방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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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kaudekd at 2008/06/21 16:00
백합이니 노멀이니 취향을 따지기 이전에 공식작품을 구할 길이 좁은데 반해서 2차 창작물을 접할 기회는 많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군요. 나무란다고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찬물녹차 at 2008/06/21 19:42
어둠의 루트라면 해결됩니다.(그만해..)

백합빠는 원작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설치는 부류들이 있다보니 꺼낸 이야기 입니다. 그게 주류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을 정도인 건 확실하거든요.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원작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채로 2차 창작물만을 접하고 그에 대해서 동방을 알고 있다고 자부(순화한 말입니다.)하는 사람들은 동방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여러모로 답답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경향이 강합니다. 굳이 팬들의 등급 같은 걸 형성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나친 빠질로 '동방신기 최고, 다른 가수는 듣보잡.'이란 사고 방식을 보여주는 '일부' 팬들을 굳이 그 일에 있어서 존중해 줄 필요가 없듯이(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비판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도 모르고 날뛰는 인간들을 굳이 존중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본문에서도 밝혔지만 망상을 즐기는 거야 자유입니다. 저도 그러는걸요. 하지만 그런 망상을 진실이라고 믿고 남들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그런 인간을 만난다면 처음에는 공식 설정을 알려주기 위해 애써주기는 하겠지만, 전 그런 노력을 지속할 정도로 착실한 인간은 되지 못합니다.
Commented by 흑녹 at 2008/06/22 16:36
동방의 가장 큰 문제이자 근본적인 문제는 배(원작)보다 배꼽(동인월드)이 지나칠 정도로 커졌다는것-_-....
Commented by 찬물녹차 at 2008/06/23 07:56
원작자도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였죠. 그래서 동방 인기가 좀 사그라들길 기다렸건만 오히려 니코니코 덕분 때문인지 동방 인기는 더 상승해 버렸습니다. -_-;
Commented by 炎帝 at 2008/06/22 20:29
나노하같은 경우는 츠즈키가 그런 백합빠들을 주 고객층으로 인식해버려서 더 그런걸로 압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타입문넷에서 저 문제로 한번 포럼글이 오간적이 있었죠 아마?
Commented by 찬물녹차 at 2008/06/23 07:59
포럼행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게에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와서 많은 반응을 일으켰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츠즈키가 어찌되었던 간에 3기가 1, 2기 만큼 재미있었으면 이 정도로 백합파와 노멀파가 대립구도를 세우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재미없어도 백합 성향이 짙어서 좋다는 쪽과 재미도 없고 백합 성향도 짙다는 쪽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군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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